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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윤동주, <새로운 길>

by eistelos 2024. 12. 11.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인은 늘 같은 길을 오고 간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그 길은 어제도 걸은 길이고 오늘도 걸어갈 길이다. 늘 같은 길이지만 시인에게는 새로운 길이다. 어느 날에는 피어있는 문들레가 보이고, 다른 때에는 날아가는 까치를 본다. 지나가는 아가씨를 보고 셀레기도 하고 바람이 일어 근심에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같은 길이지만 그 길은 언제나 새롭다. 

 

본질상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이 같은 것 같아도 흘러가는 물은 늘 새로운 것이요, 그 강물에 발을 다시 담글 때의 나도 방금 전의 내가 아니다. 모든 것이 연하여 있고, 모든 것이 변해간다. 굳어져 가는 삶이 새로워지는 것은 떠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롭게 바라봄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사색과 묵상과 기다림이 새로운 세계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