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언젠가는 _ 조은

by eistelos 2020. 12. 26.

언젠가는

_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렸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