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 임진강가에 서서_원재훈 임진강가에 서서 누군가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한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빈틈에 스며들어 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2020. 12. 26. 이전 1 다음